물풀, 파스텔, 스팽클.
유치원 미술놀이 속에서 재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교사의 시선으로 기록합니다.
설명 없이 시작된 아이들의 탐색과 발견의 순간들.
아이들에게 재료를 제공한다는 것
유치원 미술놀이 속에서 만난 탐색의 순간
아이들에게 재료를 제공한다는 것.
그건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가진다.
어느 날, 물풀이 하나 들어왔다.
물풀 사은품이라고 했다.
처음 보는 형태였다.
사실 물풀인지도 잘 모르겠다.
글리터가 들어 있는지 반짝이고 있었거든.
“이게 뭐지?”
그렇게 중얼거리며
나는 그 물풀을 자료실 장 안에 넣어두었다.
물풀 하나에서 시작된 미술놀이

그러다 어느 날, 아이들이 미술놀이를 하고 있었다.
문득 그 물풀이 떠올라 아이들에게 꺼내 주었다.
그리고 바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
붓도 옆에 슬쩍 놓아두었다.
그랬더니 아이들은
아무 설명 없이
자연스럽게 붓으로 물풀을 짜고,
펴 바르기 시작했다.
물풀의 흐름,
그 안에서 반짝이는 글리터의 움직임.
아이들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 같았다.
파스텔이 놓이자, 놀이가 확장되다

마침 옆에 파스텔이 보여
그것도 슬쩍 두었다.
우리 반 아이들은
파스텔을 사용할 줄 안다.
가루를 만들 수 있고,
번진다는 것도 안다.
그런데 아이들은
결과보다
가루를 만드는 그 과정을,
그리고
다른 색의 가루와 가루가 겹치며 쌓이는 그 순간을
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.
파스텔이 놓이자
하나둘씩 가위를 들고 온다.
쓱쓱 문지르며
색을 쌓아간다.
“선생님, 안 움직여요”
바탕에 물풀을 발라서일까.
가루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.
아이들도 그걸 느낀다.
“선생님, 안 움직여요.”
평소와는 다른 느낌.
그 다름이 아이들을 더 집중하게 만든다.
아이들은
다른 색을 쌓고,
친구의 작업을 관찰하고,
“이 색 어떻게 했어?”
묻고,
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
그 색을 탐색한다.
교실에는
쓱싹이는 소리와
작은 감탄 소리만 가득하다.
나는 그저
아이들이 이 탐색에 머무를 수 있도록
지켜보고 있었다.

놀이 방법은 아이들이 찾는다
한 아이가 붓을 집어 들었다.
그리고 쌓인 가루 위를
쓱싹쓱싹 문질렀다.
그랬더니
물풀과 색이 섞인다.
“우와!”
아이들의 환호가 터진다.
옆에 있던 아이들도 따라 한다.
또 하나의 놀이 방법,
또 하나의 탐색을
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낸 순간이었다.
“밤하늘 같아요.”
“무지개 속 같아요.”
표현도 함께 흘러나온다.
스팽클이 더해지다

나는 자리에서 일어나
스팽클을 가져왔다.
말 없이 아이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.
한 아이가 뚜껑을 열고
조심스럽게 올려본다.
물풀이 발라져 있어서인지
스팽클이 척 하고 달라붙는다.
또 다른 발견이다.
아이들은
너도나도 스팽클을 붙이며
자기만의 장면을 만든다.
교사의 자료 제공이라는 것
놀이가 끝나고
아이들의 작품을 바라본다.
그때 생각한다.
‘내가 한 건
자료를 조금 제공한 것뿐인데…’
이게 바로
교사의 지원이라는 걸
다시 느낀다.
설명하지 않았고,
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고,
결과를 정해주지도 않았다.
그저
재료를 놓았을 뿐인데
아이들은
탐색하고,
발견하고,
놀이를 확장해 나갔다.
오늘도
아이들도,
나도
탐색과 발견을 이어간다.